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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문답 | 2007/05/18 21:18

렉사마 블로그에서 트랙백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CQ 마감에 채널예스 마감에 아등바등.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좋아합니다. 10년 이상 지속하는 몇 안 되는 취미지요.

그 이유를 물어보아도 되겠지요?
안돼요 <-
농담이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데다가,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 하고 사나,
나와 같은 생각 하고 사나 아니면 새로운 생각 하고 사나 하는 거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책 읽을 때는 외롭지도 않고 말이죠.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음.... 글쎄요. 네 댓권? 예전에 읽었던 책까지 하면 한 예닐곱권 정도요.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만화책. 소설책. 에세이집. 인문사회 계열 책들. 뭐 이것 저것.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어두운 세상 넘어지지 않게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불. 세상을 만나는 창.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나는 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일. 내가 모르던 세상을 발견하는 일.

한국의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한국에서 책을 읽을 시간이 허용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요. 집에 와서 씻고 자면 끝이죠, 뭐.

책을 하나만 추천하시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황석영. 오래된 정원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늘은 5월 18일이니까.

만화책도 책이라 여기시나요?
그럼요. 말이라고.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아니면 비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그때 그때 다릅니다만, 문학에 대한 애정은 날로 줄어 드네요.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출판사에서 돈 된다고 필력이 검증되지 않은 각다귀들 글을 출판하는 것만 작작 하면 그 딴 소리가
나올 이유가. 글 쓰는 사람이, 문학 장르가 무슨 죄가 있나요.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부끄럽지만, 그렇스빈다.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책을 낼 땐 부끄러웠고, 안 팔릴 땐 참담했고, 지금은 그냥 웃겨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황석영 선생. 김훈 선생. 박민규씨. 김영하씨. 진중권씨. 고종석씨. 김규항씨.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다들 자기 신념들 잘 다스리시고, 몸도 마음도 오래 오래 건강들 하시길.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넘길 이는 없으나 '아무나'는 안된다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박노자
His Holiness 달라이 라마.
사파티스타 반군 부사령관 마르코스.

단, 바쁘시면 아니 받아가셔도 좋습니다. : )


TAG : 독서, 독서 문답, 바톤




vintage man | 2007/05/11 22:34



개구리는 무사할까 (1) | 2007/05/08 21:58



  4월인데도 서울 시내엔 눈발이 흩날렸다. YTN 기상특보는 기상이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벌써 4년째 3월에 눈이 내리는 판국에 4월쯤에 눈이 온다고 한들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점점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사라지겠지. 해영은 재작년에 갔었던 운주사를 떠올렸다. 세희와 함께 다녀왔던 운주사 여행. 남도에서부터 벚꽃을 따라 올라오기로 했다가, 운주사에 발이 떨어지지 않아 일주일을 거기서 머물렀다. 세희는 연신 디지털 카메라의 액정을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환장하게 피어난 꽃무더기 속으로 해영을 밀어 넣고 사진을 찍어댔던가. 하지만 수전증이 심하던 세희의 흔들리는 손은 셔터스피드보다 빨랐고 해영의 얼굴은 조금씩 흔들려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나왔다. 세희는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뭐 사진 좀 흔들린 거로 화내진 않겠지’ 라고 가볍게 말하고는 얼른 자리를 이동하곤 했다. 그런 세희가 찍은 피사체 중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으로 나온 것은 작은 개구리였다. 해영의 발 언저리를 폴짝거리는 걸 해영이 손아귀 안에 잡아 가둔 놈이었다. 큰 눈을 껌뻑이는 게 제법 귀여웠던 녀석은 등 위에 붉은 색으로 점박이가 돋아나있었다. 어릴 때 보았던 화장품 광고에 나오던 녀석과도 비슷했다. 세희는 가볍게 탄성을 지르더니 디지털 카메라를 접사모드로 바꾸고 바짝 카메라를 들이대어 사진을 찍었다. 녀석은 거대한 카메라가 무서웠는지 가만히 얼어있었고, 해영은 차라리 자기가 찍어줄까 하다가 세희의 표정이 왠지 비장해보여 세희가 찍도록 내버려뒀다. 사진을 다 찍고 세희는 개구리의 등판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개구리는 그제야 두려움에 해영의 손바닥에서 뛰어내려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개구리가 앉아있던 자리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여관에 돌아와 노트북에 카메라를 연결하고 그 날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다가, 그 붉은 점박이 개구리만 흔들림 없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알 수 없는 허탈함에 피식대며 해영은 담배를 태워 물었다.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두르고 나오던 세희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두 캔 꺼내 다가오며 말했다.

- 뭐 좋은 일이 있어서 피식거려?
- 직접 와서 봐. 당신이 찍은 사진 중에 흔들리지 않은 놈이 딱 한 장 있어.
- 뭔데? 당신 사진이야?

세희는 해영의 등 뒤로 찰싹 달라붙었다. 가운 너머로 세희 몸이 축축했다.

- 어? 이거...
- 그래. 당신 나보다 개구리가 더 좋은가봐.

  세희는 크게 소리 내어 웃은 다음, 무슨 농담을 그리 진지하게 하느냐고 말하며 해영을 욕실로 들이밀었다. 그리곤 이틀 후 둘은 크게 싸웠다.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싸운 건지 명확하진 않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다른 이유를 가지고 화가 나있었고, 둘은 각자 알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세희가 그 길로 바로 서울로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해영은 운주사에서 이틀을 더 머물다가 소설가 윤대녕을 먼발치에서 보았고, 아가씨들이 나오는 노래방에서 그 날 먹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술을 퍼마셨고, 자신의 지치고 습한 몸을 부축해 여관까지 따라온, 허벅지가 튼실하던 노래방 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냈고, 쫒기는 심정으로 운주사를 떠났을 뿐이다.
  세희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걸까. 해영이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벚꽃을 따라 맴돌다가 서울로 거슬러 올라갔을 땐 이미 두 사람이 싸운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고, 세희는 그새 짐을 싸서 도쿄로 돌아가 버린 후였다. 해영은 가끔 개구리 때문에 세희가 떠나간 건 아닌가 생각했다. 어쩌면 둘 다 눈치 채진 못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인연의 줄은 너덜너덜 닿아서 위태롭게 출렁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가 붉은 점이 등판에 수놓아진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와 그 줄 위에 올라탄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털썩- 끊어지는 줄과 함께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개구리 한 마리. 그때에서야 두 사람은 확실하게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음을 한 마리 개구리 덕분에 비로소 깨닫게 된 걸지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는 게 그렇지 않은가. 때로는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의 얼굴보다 개구리 한 마리의 모습이 더 정확하게 기록되기도 하지 않은가. “어디서 불쑥 나타난 개구리 한 마리에도 흔들리는 게 사람이라던가.”라고, 세희가 떠난 걸 애꿎은 개구리 탓으로 돌린 해영은 종종 입 안으로만 세희의 이름을 어색하게 불러 보곤 했다. 마치 먼 친척 이름을 기억해내려 노력하는 사람처럼.
  운주사에도 눈이 왔을까. 이미 경칩이 지나 붉은 점박이 개구리는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났을 텐데, 눈이 온다면 그것들이 얼어 죽진 않을까. 서울 하늘에 흩날리는 눈을 보며 해영은 운주사 개구리와, 항상 손이 떨리던 세희를 생각했다.


TAG : 개구리는 무사할까




20070508 this boy's songs | 2007/05/08 21:45







TAG : this boy's songs, 음악




in the bus | 2007/04/14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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